네, 좋은 질문 주셨습니다. 진보와 보수, liberalism 은 항상 헷갈리는 개념이죠. 왜냐하면 이런 개념들은 시대에 따라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산업혁명/시민혁명(19세기) 시대를 통해 성장한 자유주의라는 이념은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지향하고 있었는데요,
정치 - 민주주의, 즉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것 (왕정X, 입헌군주제 or 공화국, 모두가 참정권을 가짐)
경제 - 경제주체, 즉 개인과 기업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 (국가의 간섭이 없을수록, 국가 간 무역의 제한이 없을수록 경제가 성장함)
사회 -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할 것 (ex. 모두가 동등한 참정권을 가지게 되는 등)
문화 -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이 시대에는 자유주의를 달성하는 것이 곧 앞으로 나아가는 것, 다시 말해 'progress=진보'이고 그 흐름을 막으려는 것이 conservative 한 것이었습니다. monarchy, mercantilism 같은 것..
하지만 자유주의가 완전히 달성되고 나면, 이제 그것이 일종의 기득권을 행사하면서 또 다른 문제들을 발생시키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내내 자유주의를 추구해온 결과, 남북전쟁 이후 미국의 산업자본가들은 거의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규제는 커녕 정치인들과 결탁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과 정책을 주무르면서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독점재벌(trust)들에게 피해를 입고 신음하는 수많은 중소기업인들 및 서민 대중들이 있었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활동을 규제하고 식품위생을 준수하는 법을 만드는 등등의 '개혁'이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progressivism 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liberalism 을 주장하는 것이 곧 onservative 하게 된 것이죠. 미국정치에서 일반적으로 공화당은 보수, 민주당은 진보를 지향하는데, 그래서 progressivism 이 비록 공화당 정권에서 시작되었지만, 민주당 정권에서 정점을 찍는 것입니다. (1912 우드로 윌슨 집권 후 소득세 신설 등)
질문으로 돌아와, 1960년대에는 무엇이 보수이고 무엇이 진보였을까요? 다시 말해 어느 쪽이 공화당의 정책이고 어느 쪽이 민주당의 정책이었을까요?
보수 - Cold War 시대이므로 강한 반공주의, 경제정책에 있어서 기업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 tax cut, 민권운동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 낙태/동성애/성평등에 대한 부정적 관점
진보 - 반공주의는 동일, 경제정책은 합리적 규제와 더불어 세금 인상을 통한 복지확대, 민권운동에 대한 적극적 지지, 낙태/동성애/성평등에 대한 긍정적 관점
Great Society 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복지정책을 펼쳐 가난과 불평등의 문제를 개선하려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금을 많이 거두어야 하고, 필연적으로 정부의 규모와 역할이 확대됩니다. 따라서 19세기 liberalism 과는 반대되는 방향입니다. 그렇다고 이게 보수적인 정책일까요? 아닙니다. 20세기 중반의 시대적인 상황에서 볼 때 이것은 progressive 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전부 liberalism 의 반대편에 있느냐? 아닙니다. 민권운동에 대한 적극적 지지 -> 이것은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모든 시민을 더욱 평등하게 대우하려는 것이므로 liberalism 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물론 19세기 자유주의자들은 노예제도조차 자유로운 경제행위에서 나온 합법적인 제도로 주장하는 모순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만..) 또 낙태/동성애/성평등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 또한 문화적인 liberalism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liberalism 에 대해서는 19세기적 관점을 기본적으로 알아두시되
-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시대에 따라 진보가 될 수도 있고 보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
- liberalism 자체도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맥락에 따라 추구하는 것이 다 다르다는 점
이렇게 두 가지를 명심하시고 일반적으로는 공화당=보수, 민주당=진보의 구도로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민주당 정권의 경우 경제적으로는 복지를 강조하면서 정부의 규모와 역할을 확대하려한다는 점에서 liberalism의 반대편, 그러나 사회/문화적으로는 관습이나 권위주의에 반해 개인의 자유를 더욱 존중한다는 점에서 liberal 하다고 보시면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