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좋은 질문 잘 해주셨습니다.
경제정책/이념은 많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인데, 이 번 기회에 잘 이해하고 넘어가시면 두고 두고 잘 써먹을 수 있어요. ^^
저는 보통 이렇게 설명을 합니다.
산업화 이후의 세상은 '경제'적 관점으로 볼 때 크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두 이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양쪽의 이념을 가장 완벽하게 추구하려고 하는 것이 그 중에서도 양 극단에 있는 공상주의와 자유방임주의입니다.
[------------------Socialism --------------->][<--------------- Capitalism-----------------]
(Communism )----------------------------->][<------------------------------(Laissez Faire)
산업혁명 이후 자유주의자들은 한동안 자유방임주의가 최선이라고 믿었습니다. 재산권을 보장하고 또 시장을 믿고 놔두면, 즉 개인과 기업같은 경제주체들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면 가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알아서 수요와 공급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며 경제가 발전하리라 믿었죠. 또 그러한 경제 발전의 수준은 mercantilism 시대에 생각했듯 금과 은의 양으로 잴 것이 아니라, 국가의 총생산량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담 스미스가 <Wealth of Nations> 에서 주장한 것이 바로 이 내용입니다.
이 믿음 대로라면 경제주체들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받아야 하고, 정부가 거기에 인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즉 정부의 역할은 범죄를 예방하고 감시하는 Night Watch 정도에 그쳐야지 거기서 더 나아가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당장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국 시장의 질서와 균형을 깨트리는 잘못된 선택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주류였던 시절에 너무나 심각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개인들에게 자유를 주자 Inequality of Wealth, 즉 부의 불평등이 심해져서 자본가 계급은 큰 돈을 벌고 옛 귀족들처럼 사치스럽게 사는 반면 노동계급은 옛날 농노들만도 못하게 비참하게 살았죠. 자유주의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고, 별로 해결할 의지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뭉쳐서 회사를 상대로 싸우거나, 나아가 회사쪽에만 유리한 법을 바꾸기 위해 투표권을 얻으려는 운동 (차티스트) 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또 이 와중에 어떤 사람들은 심각해진 부의 불평등이 왜 생겨났는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탐구하면서 Socialism 이라는 새로운 사상을 탄생시키게 됩니다.
Socialism 에서는 생산수단(means of production, 기계, 공장이나 기업체 같은..)을 개인이 소유하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생산수단들은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society)가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회주의자 사장님은 자기 회사 노동자들에게 회사의 지분을 나눠주고 회사 운영에 참여시키는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바로 유명한 Utopianist 로버트 오웬입니다. (더 높은 생산성을 끌어낼 수 있었죠)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의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의회를 거쳐 국가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자본가 계급이 정치권력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만약 과거에 프랑스 혁명에서 자본가 계급이 봉건귀족 계급을 몰아냈던 것처럼, 이번에는 노동자 계급이 혁명을 일으켜 자본가 계급을 몰아낸다면?
이렇게 예측한 것이 마르크스이고, 이것을 실현한 것이 레닌입니다. 이에 따라 볼셰비키 혁명 이후 러시아에 공산주의자들이 집권한 후 1990년대에 동구권이 몰락할 때까지 세계는 크게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이념 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설명이 길었는데 질문으로 돌아와 볼게요. 케인즈 이전에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사람들, 즉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절대로 경제에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케인즈의 생각은 달랐어요. 국가는 세금을 거두어서 활용하는 또 하나의 경제 주체이므로, 경기가 나빠질 때는 일단 국가가 나서서 돈을 써야 위기가 심해지는 것을 막고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한 주장이 처음 받아들여진 것이 대공황 시기 미국의 뉴딜정책입니다. 당시에는 빨갱이 정책이라고 심하게 욕을 먹었지만, 지금은 케인즈의 주장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보시다시피 작년 올해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망가지는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재난지원금을 풀고 있지 않습니까?
다시 표로 돌아와 봅시다.
[------------------Socialism --------------->][<--------------- Capitalism-----------------]
(Communism )----------------------------->][<------------------------------(Laissez Faire)
산업혁명 이후 자유주의자들은 극단적인 Laissez Faire 를 추구했고, 그 결과 심각한 부의 불평등 문제가 생겼고, 그 결과 사회주의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자유주의 정권은 조금도 변화하려 하지 않았고, 그 결과 극단적인 사회주의, 즉 공산주의가 나타났는데 이를 신봉한 사람들이 혁명을 일으켜 집권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공황이 터지면서 자유주의 진영에서도 약간의 변화를 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드디어 미국에서 케인즈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부 역할을 확대하면서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마구 풀죠. 결과는? 덕분에 서서히 경기가 회복되었고 마침 2차 대전이 터지면서 세계는 드디어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로 1990년대에 동구권이 몰락할 때까지 세계가 크게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으로 나뉘어 이념 대결을 벌였다고 했죠? 이념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은 뭘까요? 물론 군사력 대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쪽 사람들이 더 잘먹고 잘사는게 이기는 겁니다. 그래서 양 진영은 각자 근본적인 원칙들을 포기하지 않는 수준에서 상대방의 장점을 취하려는 유연한 자세를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자유주의 진영에서는 welfare 를 중시하게 되고, 사회주의 진영에서도 경제를 개방하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이죠. 그래서 현재의 상황은 대충 아래와 같다고 보시면 맞아요.
[------------------Socialism --------------->][<--------------- Capitalism-----------------]
(Communism )----------------------------->][<------------------------------(Laissez Faire)
o o o o o
북한 베트남/중국 북유럽 대한민국 영미
(사회주의 정권) (복지 강조) (자본주의 선진국)
정말 정말 중요한 내용이라 설명이 길었습니다.
그럼 계속 열심히 하셔서 꼭 좋은 성과 거두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