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이전 아프리카에 관한 객관식 문제는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지만 답을 맞추기는 의외로 쉽습니다. 비유럽 지역의 역사, 특히 아프리카처럼 소외된 지역의 경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연구가 많이 되어있지 않거든요. 그만큼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도 한정적이고, 그 안에서 문제를 내려니 딱히 풍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논리적으로 추론하면 맞출 수 있는 문제가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래 문제가 바로 그런 케이스인데요. ^^
원래 문제에는 아래와 같은 그림 설명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수업중에는 말로 했었을거에요 아마..)
The image above, from seventeenth-century Ethiopia, shows the Virgin Mary and Christ Child with the merchant who commissioned the painting lying below.
빨간 글씨를 보시면 이 작품이 '상인'이 주문해서 '상인'을 주인공으로 그려진 그림이라는걸 알 수 있습니다. 아마 그 상인의 집이나 사업장에 걸어두고 스스로도 자부심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그림을 주문했겠죠? 또 저렇게 신앙심을 표현하면 죽어서 천국에 가까이 간다든가, 현세에서 더 많은 축복을 받는다든가, 그런 믿음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돈을 썼겠죠. ^^)
그래서 우리가 이 그림을 통해 파악해야 하는 것은 '아프리카 일부지역에 기독교가 1세기에 이미 전래되어 현재까지도 계속 남아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상인계층의 성장' 두가지 입니다.
제가 아까 논리적인 추론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죠?
1. 이집트/에티오피아 지역에 전래된 Copt 기독교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어야 할 배경지식에 해당합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에티오피아가 유럽(이탈리아) 침략에 끝까지 저항했고 20세기에 결국 정복당할 때까지 성공적으로 독립을 유지했다는 것도요.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연결시켜서 '같은 기독교인으로서의 평등의식이 유럽정복에 대한 치열한 저항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고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12번 문제가 이것을 물어보고 있어요.
2. 에티오피아에서 이 시기에 상인계층이 성장하면서 예술을 후원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부와 신앙심을 과시하려 했다는 사실. 이건 처음 들어보는 얘기지만 우리는 유럽 역사에서 아주 유명한 사례를 이미 배웠습니다. 그건 바로 바로바로~~~~
Renaissance!
지중해무역을 통해 성장해 14~16세기 피렌체를 통치한 Medici 가문이 혈통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문화예술에 적극 투자한 결과가 르네상스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저 그림에서도 비슷한 스토리를 읽어낼 수 있을거에요.
충분히 답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