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에 직접 관계된 것은 아니지만 학구적인 호기심이 느껴지는 좋은 질문입니다.
정답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 -
질문자의 문제의식이 확대되고 이어져 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금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질문자의 생각처럼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을 두고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했다고 보는 것은 오류일 수 있습니다.
현대 복지국가의 정책 중에는 사회주의적인 성향을 띤 것들이 많고,
이런 현상은 좌파정권이 다수 집권한 바 있는 서유럽만의 상황이 아니라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것이니까요.
또 자본주의 체제가 많은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는 잘 버텨왔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요. 그렇다면 사회주의가 다시 한 번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저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본주의 국가들은 많은 진통 끝에 사회주의적인 정책(ex. 복지)을
다수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통해 자본주의의 약점을 보완해왔습니다.
근본적으로 체제를 바꾸는 변신을 해야할만큼 사회주의가 더이상 새롭거나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또 사회주의 말고도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은 많고도 많았습니다.
그 때마다 자본주의는 비슷한 식으로 상대의 장점을 취하고 무력화시키며 스스로를 확장시켜왔습니다.
회복탄력성이 아주 좋은 챔피언과 같은 느낌?
두번째, 마르크스의 이론이 인류 역사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사적유물론에 의해 인류 문명을 고대노예제-중세농노제-근대자본주의로 이행해왔다 보는 관점)
하지만 마르크스 역시 자기가 속한 사회와 문화에 영향을 받은 한 개인에 불과합니다.
인류의 역사가 (근대 자본주의를 거쳐) 미래 공산주의로 나아가는 것으로 일종의 '완성을 이룬다',
혹은 '목표를 달성한다',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전형적인 기독교의 그것입니다. (종말론, 최후의 심판)
그의 이론으로 서유럽의 과거를 분석하는 것은 유의미하나,
미래를 예언한 것까지 전세계가 '신봉'해서는 안된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정해진 하나의 틀로 분석하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나 복잡하고 방대한 텍스트인 것 같습니다.
인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 뿐 아니라 자연계(기후변화, 전염병 등)나 외계(운석, 외계인?ㅎ)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구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분석의 원리와 방법론을 찾아 헤매는 것이 학문의 길...)
관심이 생기는 분야를 찾아서 뜻을 세우고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자기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기나긴 과정입니다만, 꾸준히 정진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