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또 한 번 좋은 질문 주셨네요. ^^
1800년까지의 러시아 역사를 크게 보면
- 고대에는 키에프, 노브고로드 같은 바이킹 도시들을 중심으로 발전하다가,
- 중세에 몽골의 지배를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모스크바 공국이 크게 성장했으며.
- 모스크바 공국 중심으로 몽골을 물리친 뒤 (1500년 직전)
- 폴란드에게 점령당해 어려움을 겪었고 (1600년대 초)
- 그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로마노프왕조가 성립되었고,
- 그 짜르들 중 피터대제의 서구화 근대화 업적이 괄목할 만하지만,
- 사후에 승계문제로 계속 혼란하다가
- 예카테리나 대제(1700년대 말) 시기에 와서 다시 국력을 회복했다.
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한 때 폴란드(바르샤바 공국)에 점령당하기도 했지만 1700년대부터는 힘을 길러 반대로 서쪽으로의 영토 확장을 계속해나갔는데요. 피터대제시기 스웨덴과 싸워 이겨 상트페테르스부르그를 건설한 것, 예카테리나 시대 폴란드를 분할점령한 것 등이 주목할 만합니다. 크림반도 흑해연안은 어느 짜르 할 것 없이 항상 러시아가 눈독들이던 지역으로 (얼지 않는 항구이자 지중해로 나아가는 요지) 터키와 계속적으로 분쟁을 빚어왔고 이 부분은 지금도 그렇습니다. 즉 어느 쪽이 센가, 지도자가 얼마나 유능한가에 따라서 빼앗았다 빼앗겼다 하는 지역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HRE는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부분인데 그건 오늘날의 관점에서 과거를 바라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오늘날의 우리는 nation-state 중심으로 국경이 명확히 나뉘어져 있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죠. 예를 들어 인구가 극도로 희박했던 고대에는 주요 도시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국가가 성립됐고 (city-states), 그런 도시들을 여럿 점령하면 대제국(empire)이 될 수 있었습니다.
중세로 들어오면 봉건제도가 자리를 잡아요. 이제 도시 뿐 아니라 지방에도 웬만하면 사람이 다 사는, 어느 땅이나 다 주인이 있는 시대가 된 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국가의 성격도 과거와는 좀 달라집니다. 그에 대해서는 아쉬운대로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03373&cid=40942&categoryId=31646&mobile 여기를 참조하시구요.
HRE는 대표적인 봉건국가입니다. 서로마 멸망 이후 프랑크의 왕들이 유럽 여기저기를 침략하고 정복했고(ex. 카를로스 대제), 그 후손들이 그 땅을 나눠 통치하면서 무지하게 싸워댔어요. 그 중 오토라는 나름 걸출한 인물이 있었는데, 교회세력들이 그에게 도움을 받은 댓가로 오토의 왕국에 신성한 권위를 부여하는 대관식을 거행해줍니다. 그 뒤로 오토의 왕국은 HRE라 불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봉건국가의 특징이라면 특징이, 국경이 늘 변한다는 것이에요. 전쟁으로 영토를 확장하기도 하고, 정략결혼과 그에 따른 상속으로 영토 확장을 꾀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HRE는 전성기 때 면적으로만 보면 오늘날 유럽의 많은 나라들 - 독일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체코같은 중부유럽에 이탈리아와 스페인같은 남부유럽, 네덜란드 등등 - 의 한 때 조상이 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독일어 문화권이 HRE의 중심지였다 할 수 있고, 그 지역이 오늘날의 독일을 중심으로 뭉쳤기 때문에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제외 북독일지역 통일) 보통 HRE를 독일의 조상이다,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들어도 잘 모르겠죠? 제가 봐도 봉건국가의 성격은 오늘날의 시각으로는 단번에 이해가 안가는게 정상입니다. 설명을 여러번 들어도 계속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 드는게 정상이니까 너무 답답해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이해를 넓혀가시면 좋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