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iberalism 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굉장히 진보적인 사상이었어요. 왕이나 교회의 특권을 부정하고 모든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한 것이니까요. 이런 liberalism 이 19세기쯤 되면 civil revolution을 거쳐 주류 사상으로 부상해 나가게 됩니다. liberalism 이 추구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법 앞에서의 평등, 그리고 참정권의 확대 등이었는데 이를 거부하고 지연시킨 사상이 conservatism 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나라별로 liberalism 의 발전 속도는 달랐습니다. 가장 빨랐던 영국의 경우 의회의 점진적인 개혁으로 19세기 중반에 이미 모든 성인 남성들에게 참정권이 돌아갔죠. 하지만 많이 느렸던 러시아의 경우 의회조차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로 차르의 전제정치가 계속되었습니다. 즉 시대착오적인 conservatism 이 계속 이어진 셈이었죠.

그런데 liberalism 이 자리잡은 나라들도 법적인 평등, 선거권의 확대 등 정치적인 개혁 외에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은 극히 약했습니다. 산업화 이후 빈부격차, 계급갈등이 극심해가는 현실에 대해 liberalism 은 속시원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죠. 그래서 socialism 이 등장한 겁니다.

그런데 이 socialism 도, 크게 보면 생산수단을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가 소유하고 관리하는게 좋다는 방향에서는 일치하지만 그 방향이랄까 전략 면에서 여러 갈래가 존재했어요. 그 여러 갈래들 중에, 영국처럼 의회정치와 liberalism 이 발전한 곳에서는 절치적인 민주주의, 즉 의회에 의해서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다수였고 이들이 결성한 것이 fabian society 입니다. 이들이 지향한 방향을 fabianism 이라 부르지요. 반면에 러시아처럼 산업화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짜르의 전제정치가 지속되고 있는, 즉 liberal 한 방법으로 사회주의를 지향하기 어려운 경우는 기존의 체제를 완전히 부정하는 혁명을 선호한 것이지요.

2. 페비어니즘은 1900년 결성된 영국 노동당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따라서 upper, middle class 중심의 사상, 운동이라는 생각은 오해입니다. 다만 이런 것은 있을 수 있어요. 매일 노동해서 먹고 살기도 힘든 계층의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가 교육을 받거나, 자기 삶과 자기가 속한 사회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거나, 아니면 그것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품기가 쉬울까요? 아니겠지요. 그래서 아이러니한 현상이지만 사실 사회주의 혁명가들 중에는 지식인, 자본가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마르크스부터가 그런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