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이해하고 계시네요.
농경사회든 산업사회든 원래 하층계급은 남자고 여자고 다 일을 해야 간신히 먹고살 수가 있습니다. 성별에 따라 효율적으로 분업을 했을 뿐이지요. 농사를 예를 들면 남자가 힘을 많이 써야 하는 논농사를 주로 맡는다면 여자는 자잘하게 손이 많이 가는 밭농사를 맡는다든가 등등.. 물론 귀족 상류층은 원래 놀고 먹었죠. 남자는 가진 재산을 유지, 관리하는 일, 여자는 자녀를 생산해서 상속을 가능하게 하는 일 정도가 주요 업무였겠구요.
그런데 농업사회에서는 가정이 곧 직장인 셈이지만, 산업사회가 되면서 가정과 직장이 분리됩니다. 하층민의 경우 남자고 여자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어느 공장이라도 나가서 일을 해야 간신히 먹고삽니다. 그러니 여성들이 더 바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죠. 반면에 귀족 상류층은 계속 놀고 먹지만 예전에 비해 그 숫자나 위세는 많이 줄어듭니다. 그 때 사회의 주류로 등장한 사람들이 바로 나름의 자산을 축적한 중산층 시민계층인데요, 이들은 전근대 시대의 귀족 상류층과 자신들을 차별화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결과 가정 윤리를 내세우게 됩니다.
옛날 귀족들은 대개 정략결혼으로 상속재산을 늘리고 결혼생활에는 충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아이들은 유모에게 맡겨서 키우고 엄마 아버지는 사교생활에 몰두하는게 관습이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주류인 중산층들은 여기에 맞서서 도덕적인 가정윤리를 추구해요. 정략이 아니라 개인의 사랑으로 맺어지는 결혼,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 그렇게 해서 나온 개념이 seperate spheres, cult of domesticity 같은 것입니다.
이런 문화 속에서 남녀의 영역은 철저히 분리되고 여성들은 주체성을 인정받기보다는 애정의 대상, 부양의 대상으로 이를테면 꽃이나 인형같은 존재로 전락하게 됩니다. 여자를 돈벌이에 내모는 것은 가진 것 없는 흙수저들이나 하는 일로, 시민계층 남성의 자존심을 해치는 일이었죠.
따라서 산업사회에서 하층민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 노동시장에 내몰렸고, 상류층 여성들은 현모양처가 되어 가정 안에 머무르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