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대에 로마제국의 수도가 콘스탄티노플로 옮겨가고 얼마 안 있어서 동서 로마가 분열됩니다. 이건 사실상 동로마쪽에서 서로마 지역을 관리하기를 포기하고 야만인들(게르만족)에게 내어준거나 마찬가지였어요. 그 결과 476년에는 명목상 남아 있던 서로마가 완전히 붕괴되기에 이르릅니다. 그 이후 서로마 지역은 게르만 족장들의 세력다툼이 이어지며 무법천지가 돼버리고, 과거의 영화는 사라지고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퇴보에 퇴보를 거듭하게 되죠. 옛 로마의 유산이라고는 기독교회밖에 남지 않았는데, 교회는 유력한 게르만 왕들과 협력해서 살아남는데 성공합니다. 신의 이름으로 그들의 지배권을 공고하게 해주고 그들의 후원과 보호를 얻어내는 방식으로요.
이렇게 살아남아 번영하게 된 서로마교회는 애초에 서로마와 동로마가 하나였던 것처럼 동로마 교회와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었습니다. 서로마 교회가 동로마 교회를 형님으로 모시는 사이였다고 할까요. 그러다가 동생이 좀 자라 덩치가 커지고, 또 이슬람의 영향으로 Iconoclasm 을 추구하게 된 형 동로마(교회)가 서로마에도 이것을 강요하면서 갈등이 깊어집니다.
예수의 가르침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신/성인들의 그림이나 조각을 숭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iconoclasm입니다. 그런데 이런 논리적인 이야기는 문명 수준이 높은 동로마 주민들에게는 먹힐지 몰라도 무식하고 야만적인 서유럽 주민들에게는 전혀 안통하는 얘기... 그래서 구 서로마지역의 교회 지도자들은 동로마교회(를 대표하는 황제)의 지침에 반발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형제가 절교를 선언한 것인 1054년의 Great Schism - 교회대분열입니다.
그 이후 서로마 지역의 기독교회를 Roman Catholic - '로마'교회가 중심이 된 기독교회, 동로마 지역의 기독교회를 Greek(=Eastern) Orthodoxy 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Roman Catholic 의 특징은 교황을 중심으로 한 봉건적이고 수직적인 위계질서입니다. 교황이 세속의 왕이나 황제처럼 부하 성직자들 위에 군림하는 구조이고, 세속의 왕이나 황제들도 교황의 위세에 휘둘릴 때가 많았습니다. 반면 동로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황제의 권력이 강했고, 황제가 교회를 지배하는 구조라는 것이 큰 차이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