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로마제국이 쇠퇴하면서 300년대에 동서로마가 분열되는 것은 알고 있지요? 이게 말이 분열이지 서쪽을 버리고 동쪽으로 가서 새로 시작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대충 맞습니다. 로마제국이 시작된 도시였던 로마를 버리고 그리스 동쪽에 있는 비잔티움이라는 도시로 수도를 옮겨간거니까요. 그래서 동쪽 비잔티움 중심의 새로운 로마가 동로마=비잔틴제국, 기존의 서쪽 지역은 구분이 필요하니 '서로마'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
버림받은 서로마는 그래도 백년 이상 버티다가 게르만족의 지배자 Odoacer가 서로마의 마지막 황제를 퇴위시킴으로써 476년 공식적으로 멸망합니다. 반면 비잔틴 제국은 그 뒤 1453년 오토만 제국에 완전히 멸망당할 때까지 천 년을 더 버텼죠. 6세기에 최고의 번영기를 거쳐, 이슬람세력의 성장과 함께 점점 약해지기는 하지만요.
반면 로마가 과거에 장악했던 유럽의 서남쪽(오늘날의 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스페인-이탈리아 등등이 위치)은 서로마가 망한 뒤 다양한 세력들의 각축장이 되는데, 그 중 단연 강력했던 것이 프랑크족이었습니다. 프랑크족이 잘나갈 때 (카를로스 대제 = 샤를마뉴 시절) 오늘날의 프랑스는 물론 독일, 이탈리아 등등이 다 프랑크족의 땅이었어요. 이들은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봉건제를 실시하면서 중세유럽의 기본적인 질서를 만들어나갔습니다. 이것이 프랑크 왕국입니다.
하지만 카를로스가 죽은 후 아들들이 프랑크 왕국을 나눠가지게 되지요. 그 후손들 중에 이탈리아 북부-독일 쪽을 물려받은 오토라는 왕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매우 강력했을 뿐 아니라 교회의 권위를 등에 업고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했어요. 로마 교황이 적군의 침입으로 위험에 처해있을 때 이를 물리치면서 빼앗은 땅도 교회에 넘겨주는 등.. 그래서 교회에서 이 사람을 위해 성대한 대관식을 열어주고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라는 타이틀을 바쳤습니다. (962) 그 때부터 오토가 다스리는 지역이 신성로마제국으로 불리게 되었고, 그 후손들이 황제의 자리를 물려받게 되었죠. 오늘날의 독일-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한 주변지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식적으로 1806년까지 존재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