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사회는 토지를 기반으로 한 농업경제가 일반적이었고, 영주들의 지위나 권력도 여기에서부터 나왔습니다. 생산을 하지 않고 이미 생산된 것들을 유통해서 수익을 얻는다? 이건 일단 비도덕적인 일로 받아들여졌죠. 기독교에서 금융업을 죄악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노동을 해서 무언가 생산하지도 않은 주제에 단지 가지고 있는 돈을 빌려줬다는 이유로 이자를 받아먹다니!
영주들의 입장에서 도시에서 벌어지는 상업행위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따라서 세금을 거두기도 애매하며, 내 자산은 나만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게 좋지, 그걸 막 여기저기 유통시키는건 낭비라는 생각을 했을겁니다. 설령 나에게 이득이 된다 해도 상대방 역시 이득을 보게 되니 그것도 마뜩치 않았을테구요.
그래서 요즘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기존의 봉건질서에서 벗어나는 도시들의 발전을 그리 달가와하지 않았던 것입니다.